지은이 조현용: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를 마쳤다. 우리말 어휘를 공부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어 어휘 교육 연구』 『한국어 교육의 실제』 『한국어 초급 1, 2』 『한국어 발음 교육』(공저)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육전공 주임교수이며, 국제교육원 교학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가르치다’는 ‘잘못 가르치면 그르치는 것’, ‘결심’은 ‘마음을 몸 속에 담는 일’, ‘고함’은 ‘자신과 타인의 영혼을 해치는 일’, ‘눈물’은 ‘오장육부를 돌아나온 액체’, ‘덕분’은 ‘덕을 나누어주는 것’, ‘상처’는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익숙해져야 하는 일’ 등등 건조하고 딱딱하기만 한 사전적 정의와는 다른 마음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명쾌한 우리말 뜻풀이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졌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사전이 참으로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는 살아 있고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데, 사전은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로 우리말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는 조현용 교수의 이 생각 하나가 우리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오랜 고민의 과정을 통해 『우리말 깨달음 사전』이라는 책으로 결실 맺게 되었다.

언어는 그 시대의 생각과 생활을 반영하는 문화를 이루는 기본 코드이다. 때문에 우리가 우리말을 하고, 쓰고, 읽고, 나누는 일은 진정 영혼을 교감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신세대들의 무분별한 신조어의 탄생과 국적불명의 어휘들이 난무하는 우리 시대,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점점 퇴색해가고 잃어버린 순우리말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우리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먼저 바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 『우리말 깨달음 사전』은 말 그대로 우리 일상의 삶에 스며들어 있는 우리말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삶을 더욱 아름답고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깨달음의 정신을 전하고 있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삶에 대하여(1부), 가족에 대하여(2부), 세상에 대하여(3부), 가르침에 대하여(4부)로 지은이가 오랜 시간 우리말 하나하나에 골몰하여 깨달은 우리말 133가지의 단상들을 짧은 글 형식으로, 또 권말에는 깨달음을 통한 우리말 뜻풀이를 사전형식으로 담고 있다. 아래에 본문 중 두 꼭지를 덧붙여 소개해본다.

이 외에도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나(私)’라는 뜻으로 가장 자신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으로 남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깨달음을, ‘얼굴’의 어원을 ‘얼의 꼴’이라고 보는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마음이 얼굴의 모습을 나타내듯 착한 마음을 가져야 고운 얼굴을 가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원하다’라는 말은 부탄이라는 나라에서는 ‘필요하다’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인다는 점에서 필요한 것만을 원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또 옛날에는 ‘사랑하다’라는 말의 의미가 ‘생각하다’였듯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이 사랑한다는, 사랑한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사랑에 대한 소중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 ‘놀다’라는 말은 ‘일하다’라는 의미와 ‘쉬다’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어 ‘손을 놀리다’라는 말이 ‘손이 쉬고 있다’는 의미와 ‘손이 움직이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또 유학(遊學)의 ‘유(遊)’도 ‘놀다’라는 의미가 있듯이 일도 공부도 모두 즐거워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매 꼭지마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은이의 따뜻한 마음결이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 때문에 한번쯤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말에 대해 새삼 곰곰 생각게 하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의미는 비단 우리말에 대한 뜻풀이 정도가 아니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나타내는 말, 우리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는 것은 진정 삶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올곧고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시각이 보다 넓고 깊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필경(筆耕)’이 ‘붓으로 밭을 간다’는 학문의 고진한 길을 의미하듯 자아를 일깨우는 진정성을 통해 성실하고 속임이 없는 마음을 다하는 자세야말로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의미로 우리말의 진정성을 깨닫는 일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다. [인터파크 제공]